
뉴라이트 대표주자 이영훈이 가장 신랄하게 비판하는 인물이 바로 세종대왕이다. 그는 세종 시절에 노비가 늘었고, 기생제를 확대했으며, 사대주의가 강화되었다고 주장하며 세종대왕을 지금에 와서도 성군으로 추앙하는 것이 잘못된 것이라 억지를 부린다.
그가 세종대왕까지 깎아내리는 이유는 조선과 조선인이 스스로 근대성을 획득할 수 없는 구제 불능한 존재이며, 일제를 통해 근대화되었다는 식민지 근대화론을 위한 것이다.
저들의 과거 훈민정음이 문창살을 모방했다는 식의 터무니 없는 주장은 사라졌다. 『훈민정음 해례본』에 창제 원리가 그대로 담겨있기 때문이다. 즉 자음은 숨의 원리에 따라 발음 기관 또는 발음하는 모양을 본떠 만들었고, 모음은 숨기운의 바탕인 천지자연의 우주를 담아 하늘과 땅과 사람을 본떴다. 자음은 발음기관 어딘가에 닿으면서 나오기 때문에 닿는 곳의 모양이나 상태를 본떠 만들었다.
그 후에도 저들은 고대 문자를 베꼈고 결정적인 조력자가 있었다는 주장은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이른바 훈민정음 모방-공동 창제론이다.
훈민정음 모방-공동 창제론의 기본 구조는 세종대왕의 능력을 폄하하고 훈민정음을 유목 민족이 가졌던 여러 표음 문자의 아류 정도로 치부하려는 생각이 근저에 깔린 것이다.

이들의 이런 주장을 담은 영화가 제작되기도 했다. 영화<나랏말싸미>다. 이 영화에서 한글 창제의 진짜 주인공은 박해일이 연기한 스님 ‘신미’라 주장한다. 역사적 근거가 전혀 없는 헛소리다.
현재까지 발견된 모든 역사적 증거는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혼자 만드셨다는 사실만 증언한다. 하지만 모방-공동 창제설을 주장하는 이들에게 훈민정음이라는 전대미문의 문화적 성취는 불교 지성의 협력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일관된 해석이 어려운 사료들을 마치 증거 자료인 것처럼 이것저것 제시하며 모방-공동 창제론을 주장하지만, 이런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역사적 증거는 단 한 줄도 없다.
이들이 애용하는 논증 방식은 일제가 없었으면 대한민국의 근대화는 거의 불가능했다고 말하는 식민사관이나 식민지 근대화론이다.
식민사관은 주체적이고 우월적 존재인 일본인 아래 피동적이고 열등한 아시아의 모든 타 인종을 두는 위계를 전제하고 있다. 일본인과 한국인 사이의 계급적 위계에는 계급 간 차이가 있고 그 차이는 결코 뛰어넘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는 일본의 식민지 주장인 ‘대동아공영권’ 즉 ‘대동아의 사람들을 위해 탈아입구(脱亜入欧, だつあにゅうおう 다쓰아뉴오)한 일본의 아시아 식민 지배는 당연하다’라는 일본 제국주의자의 ‘프로파간다’일뿐이다.
일본이 정말로 동양인이 아닌 유럽인이라고 믿는 어리석은 자들이다.